생각 나눔

결혼을 졸업합니다: 졸혼과 이혼, 둘의 차이

자연소녀 2023. 2. 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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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과 이혼,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졸혼과 이혼의 큰 차이점은 법적으로 혼인관계 유지 유무일 것입니다. 

먼저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서로의 삶을 터치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삶을 뜻합니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라고 하는데 졸혼을 결정한 부부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동안 자녀 양육과 경제 활동 등으로 누리지 못했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우 백일섭 씨가 졸혼을 했다고 해서 한창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졸혼을 할 거면 그냥 이혼을 하는 게 났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각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으면서 혼인관계는 유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남남으로 돌아가는 이혼이 더 깔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졸혼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고 그 해결책으로 결정한 것이 졸혼이었을 테니까요. 

 

사정상 두 집 살림을 시작하고 나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믿음이 얕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요. 

도리어 저는 딸과 둘이서 지내는 삶이 편합니다.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고 나를 위해 쓰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싸움이 잦아졌습니다. 때론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비방을 그냥 참아 넘길 때도 있지만 같이 비난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서로 같이 결정을 하고 시작된 생활인데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내려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있지만 당장 소득이 있지를 않으니 남편의 비난을 그냥 온몸으로 받아내기만 해야 합니다. 

 

이혼을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싸울 때는 그래 이혼하자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내게 됩니다. 법원에 이혼서류까지 접수했지만 결국은 다 취소해 버렸답니다. 그때 깨달았지요. 이혼은 못 하겠구나. 

그러다 요즘은 졸혼도 나쁘지 않네. 서로 각자의 삶을 살다가 오래된 친구처럼 가끔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매일 싸우고 하는 것보다는 졸혼이라는 명목하에 상대방의 삶을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이지요. 

 

결혼 생활 30년,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살았는데 어쩌다 이혼을 생각하는 지경까지 왔는지 씁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졸혼과 이혼, 두 단어를 수없이 되뇌이게 되는 하루입니다.  둘이 이쁘게 나이 들어가기를 바랐는데 삶이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절 다 견디고 지나왔는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는 게 후회가 될 뿐입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단 내 잘못이 더 크기에 슬프기만 할 뿐입니다.

 

졸혼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부부의 관계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졸혼이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졸혼을 하기 위해서 경제적인 것까지 감안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막히고 맙니다. 새로운 일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라 더 그렇습니다.  홀로 선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네요.

졸혼을 하던 안하던 홀로 서야겠습니다. 그래야만 살 것 같습니다. 나의 삶을 위해서 말이죠.

 

마음 속으로 졸혼와 이혼을 해야겠습니다. 30년만에 독립입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합니다. 오십이 되면서 얻은 독립을 제대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앞으로 10년, 당당한 육십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남편에게도 큰소리 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결혼을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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