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나를 돌아보면 하고 싶은 말들이 있지 않나요? 그때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들은 없나요?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고 있었는데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읽으면서 지금이라도 하지 못한 말을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포기-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
포기라고 내뱉는 순간 인생의 패배자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 하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내 나이 또래들이 살고 있는 삶들을 지켜보면서 왜 난 저런 삶을 포기하고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포기했던 것들 중에는 젊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예쁜 옷을 입고 친구들과 같이 여행도 가는 그런 시간들을 포기했습니다. 화려한 20대를 포기한 대신 얻은 엄마라는 이름은 또 다른 나를 얻게 해 주었습니다. 그때의 포기가 지금 50대가 되어서 육아의 자유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습니다.
잠을 포기하면서 새벽 시간을 얻었습니다. 누구보다 이르게 시작하는 하루가 때론 피곤하지만 그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도 합니다. 잠을 포기하고 얻는 3시간이 하루를 꽉 채워 줍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귀농을 선택했고 주말부부로 선택했습니다. 포기한 것이 잘한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말부부를 힘들어하는 남편의 넋두리를 들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농사짓는 것이 즐겁습니다.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갔던 워킹맘 시절을 보상받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자식 교육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일찍 깨달았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뒷받침해 주고 길을 열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라는 걸. 지금 자기 길을 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포기하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나니 인생은 더 크고 넓고 다정해졌다. 눈부신 희망보다는 허심탄회한 포기가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포기가 희망보다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대 우리는 비로소 철들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진정한 만족감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나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와 많은 대화를 가져 보려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