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들어가며
임정원 장편소설 "중금"은 2권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다소 두껍게 느껴지는 분량이지만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잠자는 시간을 잊어버리고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중금"이라는 존재를 책에서 처음 만나고 그들에게 빠져들고 말았답니다. "중금" 왕의 입을 대신하는 사람입니다. 임금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는 직책으로 내시만 있다고 이제껏 알았는데 "중금"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신비로운 존재를 그려낸 소설 "중금"은 왕의 입을 대신하는 자 중금이 죽음으로서 왕의 말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 중금"이라는 다소 낯선 직책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 재미있는 소설 "중금"입니다.
작가 임정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작가 생활을 했습니다. MBC 단막극 공모에 입상한 후 드라마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면 그 작품들의 소설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작품으로는 "1미터: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뿔", "경복" 등이 있습니다. "중금:왕의 목소리"는 2016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분 우수상 수상작입니다.
소설 "중금"은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소설과는 다르게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기대가 됩니다.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모습의 중금들일지도 궁금합니다.
이 책의 줄거리
중금 신효명과 이재운은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효명은 성품이 곧고 선하여 곧이곧대로 하는 에프엠인 사람이고 재운은 하늘이 내린 중금이지만 거들먹거리거나 뼈기는 것이 없는 신실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둘의 우정의 동료들 사이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재운은 타고난 재능 중의 하나는 상대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진의 간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금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재운 앞에서는 거짓을 말할 수 없었고 그것 때문에 중금들 사이에 재운은 불편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재운의 능력을 알아본 임금의 재운에게 국금이 되라고 명합니다. 국금이란 왕이 남긴 비밀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를 말합니다.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국금, 국금의 존재는 왕의 반대파에선 제거해야 할 존재입니다.
재운 또한 피하지 못 했으니 역모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고 영원히 왕의 비밀은 사라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것만은 막고 싶었던 효명은 재운 대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고 재운은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게 됩니다.
이재운이 아니라 이용술이란 이름으로 독골이란 동네에서 아들 이지견을 얻고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의 존재가 알려질 상황이 되고 죽음을 예견한 재운은 경종 임금과 맺은 국금의 맹세, 목소리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어기고 종이에 임금의 생각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들 지견에게 그 옛날 자신과 효명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습니다. 사람의 신의와 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주는 고사 형식을 빌려가며 해 주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지견은 넑을 놓고 들었습니다. 신효명이라는 중금이 이재운을 대신하여 참형을 당하고 홀로 남은 이재운은 이름 없는 존재로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또 경종 입금이 남긴 유지를 지견에게 전하면서 한 나라의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과 정치 철학에 관한 학문을 가장해서 경종 임금의 국금을 단 한 글자의 왜곡도 없이 고스란히 지견에게 전했습니다. 지견 또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재운이 들려준 이야기를 완벽하게 되풀이 했습니다.
임금이 있는 궁으로 가거라.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지견은 임금이 있는 한양으로 향합니다. 왜 아버지가 임금이 있는 궁으로 가라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어느 새 훌쩍 자란 지견은 마음으로 가족이 되는 도경술 부자를 만나게 되고 드디어 도경술 부자의 도움으로 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로 "중금"이 된 것입니다.
좋은 음성, 준수한 외모, 학문, 무예 , 출신까지 왕의 목소리가 되기 위한 조건 입니다. 지견은 준비된 중금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도 모르게 중금 훈련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금이 된 지견은 궁으로 들어갔지만 왜 아버지가 궁으로 가라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 옛날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였고 자신에게 전달한 것이 바로 국금, 왕의 유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 경종 임금의 유지를 세자 이선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세자 이선은 조선의 스무 번째 국왕 이윤의 국금을 전달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 영조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죽여야 왕실이 살고 세손이 산다고 말입니다.
"저를 죽임으로써 왕위를 둘러싼 정쟁의 고리를 끊으십시오. 패륜을 일삼는 세자를 아바마마께서 단죄하여 대신들 앞에서 지엄한 뜻을 보이십시오. 강고한 권위를 발휘하시어 조정 대신들을 억누르고 세손이 보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켜 주십시오."
영조는 세자를 뒤주에 가두게 됩니다. 뒤주에서 죽어가던 사도 세자는 눈을 뜨게 됩니다. 자신을 대신하여 이지견 중금이 죽어갔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경종 임금의 국금이 됩니다. 훗날 세손이 왕이 되고 경종 대왕의 국금을 전달받게 됩니다.
또 한장의 국금, 아버지 사도 세자의 글입니다.
"산아, 나는 온양 행궁에서 횃불을 들고 찾아온 백성들과 만났다. 그들은 나를 연호했으나, 그들은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고 백성의 편에 서는 선한 정치와 희망을 보러 온 것이었다. 그날 나는 마음먹었다. 경종 대왕의 거룩한 생각을 너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고. 하지만 아비는 살았고, 대를 이어 국금을 지키고자 했던 이가 나 대신 죽음 맞았다. 너에게 활을 만들어준 승전중금 이지견을 너도 기억할 것이다. 그이의 죽음이 나를 살렸고, 국금을 살렸다.
산아, 너는 용상에 혼자 앉는 것이 아니다. 국금을 지키고, 거룩하고 위대한 뜻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과 함께 그 자리에 앉는 것이다. 항상 용상에 백성을 먼저 앉히고 생각하여라. 그 생각과 행동이 너를 어진 군주의 길로 이끌 것이다."
고각 소리가 울리고 새로운 왕이 즉위를 합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 나는 사도 세자의 아들이다.!"
소설을 마무리 됩니다.
책의 시대적 배경
소설 중금은 1720년에서 1776년, 조선 20대 경종과 21대 영조 시대가 배경입니다.
조선 제20대 왕 (재위 1720~1724) 경종은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로 재위 4년 동안 노론, 소론 당쟁의 절정기를 보냈습니다. 자식이 없고 병약하여 이복동생인 연잉군을 세제(영조)로 책봉하였고 노론의 압박으로 물러날 위기를 몰리기도 했습니다.
1724년 즉위 4년이 되던 해 경종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하였고 자리에 누운 지 단 며칠 만에 급서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사망을 두고 세간에는 게장을 먹고 독살되었다는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였는데 영조에 이르러 경종의 사망에 대한 해명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경종의 능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의릉입니다.
조선 제21대 왕( 재위 1724~1776) 영조는 숙종의 세 아들 중 둘째이며 어머니는 화경 숙빈 최 씨입니다.
재위 기간이 52년으로 조선시대 역대 왕 가운데 가장 긴 왕이기도 합니다.
영조는 어머니의 신분이 미천함에서 오는 심적 갈등이 심한 데다가 이복형인 경종의 독살에 관련되었다는 혐의와 심지어 숙종의 아들이 아니라는 유언비어에 시달리며 왕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무신란까지 겪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조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자녀에 따라 극단적인 애증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결국 사도세자의 울화병을 유발하고 부자간의 갈등을 초래했다고 전해 집니다.
조정의 인사 문제에서도 자신의 감정 기복에 따라 실언을 문제 삼았는 삼상(三相)을 일시에 파직시켰다가 다음날 바로 복직시키는 경우가 흔하였고 이런 경향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이런 인간적 결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조는 역경을 딛고 군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였으며, 탕평에 의한 정국 안정을 바탕으로 조선 왕조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여 민생 문제의 해소를 통해 민심을 추스르며 , 각 방면에 걸쳐 부흥기를 마련한 영주입니다. 영조의 능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있는 원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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