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이제 나도 다 됐나 보다 : 엄마, 더 이상 늙지 말아요~

자연소녀 2023. 2. 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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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기다 밥을 주면 어떡해요? "

"이런, 밥공기 옆에 두고 .... 이제 나도 다 됐나 보다"

 

농장일을 하다 늦은 점심을 드시려는 엄마가 건내신 머그컵. 그 속에 하얀 쌀밥이 소복히 앉아 있었습니다.

혼자 드시기 뭐 하다며 너도 조금만 먹으라며 주신건데 옆에 밥공기는 깜박 잊고 머그컵에다 밥을 푸신 겁니다.

"엄마, 밥공기가 너무 깊은데  ㅎㅎ"

농담처럼 지나갔지만 엄마의 "이제 나도 갈때가 됐나보다 "라는 말에 순간 울컥 했습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누구나 똑같지만 그 속도의 차이는 훨씬 많이 느껴집니다. 하루가 다르게 움직임이 굼뜨기 시작하고 깜박깜박 하는 일이 늘어가는 엄마가 때론 짜증도 나고 해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괜히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됩니다. 

 

저에겐 엄마는 살가운 존재는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할머니 손에 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욕탕에 가는 것도 같은 방에서 자는 것도 어색합니다. 같이 여행을 간 적은 여지껏 한번도 없습니다. 자매처럼 잘 지내는 모녀를 보면 무척 부럽기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런 엄마가 요즘 나이가 들어가시는 게 느껴집니다. 몸이 고장나기 시작하신지는 벌써 오래됐고 마음은 아직 청년인데 마음처럼 움직일 수가 없으니 매일 짜증을 내십니다. 칠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농사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손에서 놓치를 못 합니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만 쉬라고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자식들도 자기 살기가 바쁘니까 말입니다.  옆에서 그저 같이 일을 할 뿐입니다. 

 

같이 늙어가는 엄마를 보며 

"나이는 먹어도 넘 늙지 말아요 우리. 더 이상 늙지 말아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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