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추억의 음식 : 빼떼기죽, 할머니를 기억하다
자연소녀
2022. 12. 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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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음식이 있나요?
전 오늘 그 음식을 먹었답니다.
빼떼기죽,
달콤한 맛이 뜨거워도 맛있지만 차가울 때 그 맛이 더 일품인 빼떼기죽.
지금은 통영 어디 식당에나 가서 맛볼 수 있지만 어린 시절 할머니께선 추운 겨울 간식처럼 많이도 죽을 쑤어 주셨습니다.
첫째 아이를 임신을 하고 유독 이 빼떼기죽이 먹고 싶었습니다. 집 근처 시장죽집을 돌아다녀도 호박죽, 단팥죽 다른 죽들은 있었지만 빼떼기 죽은 없었답니다. 괜히 서러움에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빼데기죽은 생고구마를 말린 것을 죽으로 만들었기에 고구마 특유의 달콤함이 있습니다. 지금의 빼데기죽은 인위적인 달달함을 더한 맛이 나지만 그래도 옛 추억에 잠기기에 충분했답니다.
빼떼기죽을 먹으면서 잊고 지냈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바쁘신 부모님 대신에 나를 키워주셨고 그리고 바쁜 나 대신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할머니. 결혼 후에 집으로 보내온 택배 속 상자 안에서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먹거리가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멸치, 콩, 깨, 참기름 등 손수 지으신 농산물과 살림에 필요한 먹거리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 보내셨더라고요.
점심때 먹은 빼떼기죽 한 그릇에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우리 곁을 떠나신 지 20년도 더 되었는데 곱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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