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시각화의 효과, 청각화의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글을 쓴는 행위는 가만히 앉아서도 아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에너지를 '수동적'으로 '소모'하는 쪽에 가깝다면, 글을 쓰는 행위는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쪽에 가깝지요.(페이지 18)
글쓰기를 좌절시키는 것들과 소망하는 것들에 관하여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게 된 것은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하면 손가락이 멈칫하게 되고 타이핑을 했다 지웠다 볼펜으로 지웠다 썼다는 반복하다 결국은 포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가 글쓰기를 하기 위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독자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 챕터가 바로 "글쓰기를 좌절시키는 것들과 소망하는 것들에 관하여" 입니다. 그 중 몇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도 적어 보려고 합니다.
글쓰기가 삶을 구원할 수 있나요?
"저에게 글쓰기는 매일매일 스스로를 구원하는 힘이었어요. 물론 단 한번에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마법의 약 같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쓸 수 있는 날'과 '쓸 수 없는 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어요. 글을 쓸 수 있는 날은 '살 만한 날'이에요." 라고 작가는 답했습니다.
글쓰기가 과연 나의 삶도 구원할 수 있을까? 작게 나의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워킹맘으로 살아오면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정말 힘들었습니다. 둘중 하나도 포기할 수가 없었기에 오직 깡으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가슴은 답답하고 언제 어디서 폭발해도 당연하다 할 만큼 내 자신이 시한 폭탄 같았던 시절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나를 진정시켜준 것들 중에 바로 글쓰기가 있었습니다. 땀이 흠뻑 젖을 만큼 뛰어도 퇴근길 차 안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해소가 되지 않았던 폭탄이 두서없이 긁적였던 순간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어느 날 집 정리를 하다 발견한 다이어리에 막 쏟아낸 글을 보니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 그때 내가 이렇게 버텼다는 생각에 뭉클했었습니다.
할 말이 없는데 무작정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아주 좋은 동기예요. 우리의 모든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글을 쓰고 싶은 욕망도 그래요."
그냥 스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는 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뜻이니까 정말 멋진 일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이 말이 왜 저에 대한 칭찬으로 들리는 건지 괜히 어깨가 으쓱하고 올라가는 기분입니다.
요즘 시골 생활을 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이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무작정 사진을 찍고 그러다 사진과 함께 글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막 글감들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그냥 일상을 솔직하게 쓰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는 순간 드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작가는 무작정 써 내려가라고 충고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작가의 충고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써내려 갈 때와 한 챕터씩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오랫동안 나에게 남는 것 같습니다.